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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세상에서 가장 험하고 아름다운 길을 걷다 2 세상에서 가장 험하고 아름다운 길을 걷다 2 - 중국 윈난성 호도협 꼬끼오! 얼마 만에 들어본 수탉 울음소린가. 맑고 차가운 공기가 폐로 들어온다. 간밤에 동생은 잘 잤는지, 옆방의 아이들도 무사한지 살핀 후 산장 문을 열었다. 이곳이 평지였다면 벌써 해가 떴겠지만 해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놀라운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주보는 거대한 옥룡설산의 열세 봉우리들이 햇빛을 받아 하나씩 불을 켜고 있었다. 먼저 노랗게 물들다 다시 하얗게 빛난다. 아직 불을 켜지 않은 봉우리는 파란색과 보라색이 섞여있는 고동색이다. 또한 이 봉우리들을 살포시 분칠하듯 지나가는 새하얀 구름들. 지금 눈앞엔 말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경이로운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기를 30분. 나는 넋을 잃고 서서 아름다움..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험하고 아름다운 길을 걷다 1 세상에서 가장 험하고 아름다운 길을 걷다 1 -중국 윈난성 호도협 수허(束河)의 명물 대작교 앞에서 빠오처(다마스급 차로 빵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흔히 부르는 이름)를 렌트해서 호도협(虎跳峡, 후탸오샤) 입구 차오터우(桥头)로 향했다. 리장(丽江)에서 호도협으로 가는 길은 대략 2시간이 걸리지만 가는 길에 1년에 한번 있는 우시장이 열리기라도 하면 속절없이 흘러버리기 때문에 아침 7시에 출발해야 했다. 리장 신시가지를 지나 옥룡나시족자치현(玉龙纳西族自治县)으로 들어서면 끝없이 펼쳐지는 해바라기 밭과 복숭아 과수원이 펼쳐지고 가는 길 내내 차창 옆으로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운치 있게 흔들린다. 리장의 큰 호수 라스하이(拉市海)를 지날 즈음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우시장으로 가는 차들과 소떼들 때문이다. 마냥 .. 더보기
하늘을 걷다 하늘을 걷다 -윈난성 리장 해가 갈수록 리장(麗江)에 대한 그리움은 커졌다. 우연히 김동률의 ‘출발’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는데 보통 때면 그냥 지나갔을 영상에 내 눈이 꽂혀버렸다. 내가 그토록 사모하는 리장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오라고 손짓하는 듯 했다. 그래, 리장으로 가자. 4년을 다닌 지하철공사에서 해고당한 동생과 제자 둘 우리는 그렇게 윈난성 리장으로 떠났다. 시산에서 고지 적응 훈련을 마친 우리(5월호 밥진)는 서부커윈짠(西部客运站)으로 향했다. 따리, 리장, 샹그릴라행 장거리 버스를 타는 곳이다. 리장까지 가는 버스는 침대버스로 열 시간을 누워서 가야한다. 중국의 일반적인 장거리 교통수단은 기차고 기차는 편리한 만큼 이용객도 많아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 더보기
구름의 남쪽에서 구름의 남쪽에서 -쿤밍 시산산림공원 2009년 8월 22일. 벌써 일곱 시. 잠자리에 누운 지 네 시간 밖에 안 지났지만 금쪽같은 휴가를 낸 우리는 더 이상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여행을 떠나면 언제나 새벽같이 일어나 종일 걷다가 제일 늦게까지 잠들고도 피곤해 하지 않는다. 어쩌면 여행 체질이라 할 수도 있을 만큼 매 순간이 흥분되고 새롭다. “오늘은 고산지 적응을 위해 시산(西山)을 등반하겠다.” 시차 적응도 고도 적응도 못한 일행. 하지만 대장의 한마디 일정 발표에 눈곱을 채 떼지도 못한 채 숙소를 나와 아침꺼리를 찾았다. 벌써 출근하는 자전거 떼들이 지나갔는지 음식물을 쌌던 비닐봉지들이 인도를 꽉 매웠고 아침 장사들이 거의 철수한 상태였으나 때마침 ‘얼콰이’ 장사가 남은 떡을 굽고 있어 2원(元).. 더보기
설국 한라산 백록담 2011년 겨울과 함께 찾아온 라니냐로 한반도가 온통 꽁꽁 얼어붙었다. 부산에선 거의 백 년 만에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전했고, 여기저기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추위에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웬만해선 눈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든 이곳에서도 눈을 굴리며 돌아다니면 발자국마다 뽀드득 소리가 따라다녔다. 아직 아이의 모습을 벗지 못해서일까. 눈 소식에 괜스레 들떠서 지내다 한라산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보고 갑작스런 배낭을 싸게 되었다. 제주도라. 제주도가 주는 불친절함과 비싼 물가로 동남아 등지로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지만 여전히 내 마음 한켠에는 제주도라는 집을 마련해놓고 방 한 칸에는 한라산 등반이 또 다른 방에는 비자림숲이라는 이름을 달아놓고 거기를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 더보기
동티벳 여행기 6 리장, 어디까지 가봤니? 아름다운 새소리와 한줄기 빛 때문에 눈을 떴다. 아침이구나. 오랜만에 느끼는 너무나 개운한 아침이다. 어제 난 코라 도중 너무 힘들어 왜 나에겐 새힘을 주시지 않습니까 푸념을 했다. 아, 이런 거구나. 제게도 주시는구나. 아침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민박집 열다섯난 아들은 돌쟁이 동생을 등에 업어 얼르고 있고, 이웃집 아가씨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다가 날 보더니만 우리집에 더운 물 계속 나오니 자기네로 옮기라고 소리친다. 민박 주인은 수유차를 권하며 수유차의 위력을 설명한다. 물론 앞의 몇 마디 말고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아침을 먹고 어제는 목표를 두고 갔다면 오늘은 기어이 즐기고 오겠노라고 다시 산으로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생각으로 또 갔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야딩은 여전히 .. 더보기
동티벳 여행기 5. 야딩코라 후편 갑자기 야크를 치던 노인 두분이 나타나 말을 걸기 시작한다. 현지인이 아닌 사람이 가기엔 너무 힘드니 말을 빌려 가라고. 하지만 "뿌야올러!" 하며 가볍게 웃으며 흥정을 시작하려는 노인들을 따돌렸다. 지도를 잘못 본 탓에 나중에 어떤 고생이 있는 줄도 모르고 내 자신을 자신했다. 그냥 지도만 보고 여기 지옥고개가 약 4750미터이니 이제 충고사까지 내리막길만 있는 줄 알았다. 이제 얼마 안가서 처음 출발한 곳으로 가리라 생각하니 새로운 힘이 솟는 것 같았다. 내가 야크같은 심장을 가진 것인지 아니면 오늘 컨디션이 특별히 좋은 것인지 이제 노래까지 입에서 흥얼거린다. 어디서 왔는지 구름이 앞을 가렸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너무나도 몽환적인 느낌인지라 그것도 시시각각 바뀌고 과연 여기가 현실의 세계인지 .. 더보기
동티벳 여행기 4. 야딩코라 전편 "사람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어려운데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제 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순례 이후 저는 오로지 선행을 실천하며 살 겁니다." "집에서부터 오직 한 가지, 모든 생명의 평안을 위하여 빌었습니다." KBS 차마고도 2편 '순례의 길' 편을 보면 오체투지를 하는 티벳탄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도데체 오체투지, 코라 그게 뭐길래. 겨울용 바지와 상의를 입고 출발. 입구에 들어서자 마부와 말들이 수십마리가 호객을 한다. 마부도 가이드도 모두 티벳탄들이다. 몇년 전 처음으로 이곳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매표소를 만들고 길을 닦을 때 그들이 최고로 신성시하는 이곳이 관광지로 개발되는 것에 반.. 더보기
동티벳 여행기 3. 야딩 코라를 준비하며 리탕초원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따오청을 향해 달려간다. 행여나 프레디독을 만날까 눈을 부릅뜨고 차창 밖을 봤지만 볼 수 없었다. 여행자의 눈에 풍요롭고 아름답게만 보이던 리탕초원도 어느새 지나가버리고 하이즈산 괴암군이 눈에 들어왔다. 백여킬로 이런 돌들만 뒹구는 무인 혹성 같은 광야. 도무지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어보이건만 10여분만에 간혹 한 사람씩 야크를 치는 사람이 나타나곤 한다. 지루한 하이즈산 광야를 지나자 또다시 초원. 방목하던 야크 떼를 지키던 장족 소년. 12살 정도 되어보이던 그에게 색연필세트를 주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해맑은 웃음. 아직 소학교에 다닌다면 곧 방학이 끝날테고 기숙사로 들어가겠지. 짧은 여름 어느날 한국인에 대한 기억이 좋게 새겨지길 바란다. 훗날 다른 한국선교사님이.. 더보기
동티벳 여행기 2. 세계의 고성(高城) 리탕에서 신두차오에서 야쟝으로 야쟝에서 리탕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물론 가로수 조차도 없는 황량한 곳이지만 짧은 여름을 화려하게 수놓은 야생화들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그마한 마을보다 더 큰 사찰들이 있었고 일반인들만큼이나 라마들이 많았다. 아마도 저들이 이승에서의 최고의 직분이 바로 라마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때마침 라마들의 빨래 현장을 보게 되었다. 현지인들도 낯선 풍경이라 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티벳탄들은 평생 새번을 씻는단다. 태어나서, 결혼하기 전에, 죽었을 때. 피아노덮개 색깔의 장삼. 그냥 한장의 천이었구나. 예수님 시절에 입던 옷도 저랬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티벳탄들의 삶은 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하늘만 바라보며 산다. 최소한의 노동으로 의식주를 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