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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동티벳 여행기 2. 세계의 고성(高城) 리탕에서

 
 
신두차오에서 야쟝으로 야쟝에서 리탕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물론 가로수 조차도 없는 황량한 곳이지만
짧은 여름을 화려하게 수놓은 야생화들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그마한 마을보다 더 큰 사찰들이 있었고 일반인들만큼이나 라마들이 많았다.
아마도 저들이 이승에서의 최고의 직분이 바로 라마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때마침 라마들의 빨래 현장을 보게 되었다.
현지인들도 낯선 풍경이라 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티벳탄들은 평생 새번을 씻는단다.
태어나서, 결혼하기 전에, 죽었을 때.
피아노덮개 색깔의 장삼.
그냥 한장의 천이었구나.
예수님 시절에 입던 옷도 저랬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티벳탄들의 삶은 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하늘만 바라보며 산다.
최소한의 노동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나머지 전부는 예배다.
 
 
 
순례객들.
어차피 이곳에서 사는 삶이 여행이니 더 가질 것도 더 욕심부릴 것도 없다.
그래서 짧게는 한달여만에 길게는 몇달에 걸쳐
라싸의 조캉사원으로
히말라야를 넘어 달라이라마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로 걸어간다.
그것도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오체투지를 하며.
하루에 40킬로 걷는 것이 기본이란다.
대체 무엇 때문에 걷는가?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안녕과 평안엔 관심이 없고
그들의 기도제목은 오직 예배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오, 이런.
걸어서 천국에 갈 수 있다면 백명 중 아마도 95명은 티벳사람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얼마나 놀라운가.
내가 하나님을 믿는 것이 바로 은혜라는 걸.
하나님의 은혜가 더 놀랍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리탕에 도착했다.
리탕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다.
남미의 쿠스코가 3300미터,
티벳의 수도 라싸가 3750미터라면
이곳 리탕은 무려 4016미터나 된다.
여기 저기 세계의 고성(高城)이란 팻말이 보인다.
연평균 3.1도.
어떻게 여기에 5만명이란 사람들이 사는 도시가 섰을까.
의문을 잠시 접어두고 초원을 살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경주마축제인 싸이마지에가 열릴 때이니 색색의 깃발과 천막이 있지나 않을까.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싸이마지에가 열리지 않나요?
벌써 끝났나요?
그들의 눈빛이 살벌하다.
한족으로 오인했나보다.
한국인이라는 말에 반색하며 '곰 세마리'를 불러달란다.
아마 여기도 풀하우스 바람이 불고 갔나보다.
한국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알지도 못하지만
그들에게 한국인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도 같아 보였나보다.
북경올림픽 때 반정부 시위를 한 곳이라
티벳의 명절과 축제는 모두 금지란다.
이게 상해엑스포까지인지 아니면 계속 그런 건지 아무도 모른다.
방을 잡아야겠다.
하지만 워낙 외부인들의 출입이 없는 곳이라
방잡기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나마 있던 방들도 라싸로 가는 순례객들용이지 외국인에게는 무조건 '메이요!'다.
겨우 겨우 방을 하나 잡고 시내 구경이라도 할려고 나서자 비가 왔다.
정말 차가운 비였다.
달달달 떨고 나니 어느새 하늘이 방글.
우리 나라 기온으로 본다면
일년내내 겨울만 있는 동네다.
봄이 잠시 오려다 다시 겨울.
 
 
사람들 행색 역시 쎄다.
뭐라 표현할 수 없이 무섭게 보이는 사람들.
도둑 사진 찍는 것도 미안하고 무섭다.
사내들이 셋이라도 뭉쳐있으면 무서워 피했다.
사실 어두운 밤길을 혼자 가다 사람이라도 만나면
반가운 것이 아니라 무섭지 않는가.
또.
티벳사람들은 가진 게 워낙 없는 광야를 사는 사람들이라
내것과 남의 것이라는 소유 개념이 희박하단다.
그래서 조금 더 가진 사람을 보면 그냥 들고 간단다.
리탕에 온 외국인
말도 어눌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짊어지고 돌아다니고 짊어지고 먹고 싸고 자고.
 
 
고도 때문인지 밤새 뒤척이다 일어났다.
만터우 하나로 아침을 떼우고 리탕사로 향했다.
이른 아침 행여나 조장(鳥葬)이라도 볼까하여.
길을 물으려 했으나 도시 인구의 절반이 라마라 라마를 따라가면 리탕사가 나오지 않을까.
귀에 엠피쓰리를 꼽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폭주 라마.
라마가 어찌 저런 모습을 하고 있누 하다가도
어디나 문제아 아니 개성 강한 아이들은 있는 법.
절에서 하는 교육이 교육의 전부인지라
라마도 피씨방에서 놀 수도 있고
오토바이도 탈 수도 있지 하며 너그러이 봐준다.
왜냐면 내 길을 안내해주니까.
20여분 걸어가니 송찬림사만한 리탕사가 나온다.
역시나 절 앞에는 기숙사촌이 쭉 널어서있고
'우리 아빠 엄마는 돈을 못번다'며 돈 달라는 아이까지 똑같다.
경내에는 야크버터 타는 냄새와 향불이 타고 있다.
거의 캠프파이어 수준으로.
가뜩이나 산소가 부족한데
더 있다가는 졸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을 수투파가 둘러싸고 있다.
저건 조장하고 남은 유골을 넣어두는 유골함 같은 것이란다.
하지만 기대했던 조장은 볼 수 없었다.
티벳탄들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장례를 치룬다.
일반인들은 새를 통해 유해를 먹이는 방법인 조장.
자식이나 형제가 도끼로 유해를 분해해서 독수리에게 먹인다.
독수리가 깨끗이 먹고 높이 날아가면
영혼을 하늘로 올려준다고 믿는다.
그러곤 기뻐 춤춘다.
두번째 방법은 도를 통한 라마들을 화장을 한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죄인들은 수장(水葬)을 한단다.
그래서 그들은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사실 웬만한 상처들이 곪거나 감기에 걸리지 않는 걸로 봐서
기온이 낮고 건조해 이곳의 시체들은 그냥둬도 썩지 않고 미라가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이에
이런 방법들이 사용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여하튼 삶도 죽음도 티벳탄들에게는 너무나 간단하고 거추장스럽지 않다.
대출금을 갚아가며 집에 돈을 썩히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던 나의 삶과 너무나도 다르다.
이제 돌아가면 내 삶도 달라질까.
이런 저런 고민할 새도 없이 다음 도시로 이동할 채비를 차려야겠다.
짧디 짧은 여름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는 리탕초원이 너무 그립고 아쉬울 것 같아
열심히 사진을 박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