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동티벳 여행기 4. 야딩코라 전편


"사람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어려운데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제 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순례 이후 저는 오로지 선행을 실천하며 살 겁니다."
"집에서부터 오직 한 가지, 모든 생명의 평안을 위하여 빌었습니다."
 
KBS 차마고도 2편 '순례의 길' 편을 보면 오체투지를 하는 티벳탄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도데체 오체투지, 코라 그게 뭐길래.
 
 
겨울용 바지와 상의를 입고 출발.
입구에 들어서자 마부와 말들이 수십마리가 호객을 한다.
마부도 가이드도 모두 티벳탄들이다.
몇년 전 처음으로 이곳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매표소를 만들고 길을 닦을 때
그들이 최고로 신성시하는 이곳이 관광지로 개발되는 것에 반대하여
몇차례나 공사가 중단되고
일곱이나 사망하는 등 한족과 티벳탄들의 엄청난 갈등이 표출되었던 곳이다.
그리하여 공원 관리인 등이 모두 이곳 지역 사람들이고
마부의 삯도한 7할을 주민이 가지고 가는 걸로 종결되었으나
이곳을 찾는이의 99% 이상이 한족이고
티벳탄들은 분노를 품은 채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예루살렘성전을 이방인이 관광을 위해 짓밟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허나 중국의 티벳 공략은 적중한 것 같다.
난공불락의 요새에 벌써 깃발을 꽂았다.
사천이나 운남의 대도시에서 이곳을 들어오는데만 최소한 사흘이나 걸리지만
1억씩 하는 자동차들을 몰고 이곳까지 오는 광동 사람들 덕분으로
돈을 모르던 티벳탄들이 돈버는 재미를 알게 되었단다.
뿐만 아니라 조만간 따오청에 공항이 건설될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고
'인샹야딩'이 곳 만들어질 것이다.
이미 샹그릴라에는 매춘을 하는 곳도 생겨났단다.
딱히 중국편이네 장족편이네 할 것도 없지만 아름다운 것이 사라진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짜시뗄레!"
당연히 중국하면 '니하오'가 맞지만
이곳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이러한 인사를 한다.
그러고 보니 걷는 이가 별로 없다.
아니 중국인들은 아무도 걷지 않는 것 같다.
다들 말을 타고 다닌다.
40분 쯤 걸었을까 충고사에 도착했다.
이곳은 야딩의 신성한 세 봉우리를 경배한 사찰로
제 5대 달라이라마에 의해 건설되었다.
야딩은 션나이러, 양매이용, 샤뤄둬지 세 설산으로 이루어졌는데
각각 관음보살, 문수보살, 금강보살의 형상이란다.
 
 
여기서부터 낙융목장까지는 전동차를 타고 간다.
낙융목장은 공개되기 전엔 야크 목장이었지만
지금은 일반 관광객들이 세 설산을 보고 사진 찍고 내려가는 곳이다.
 
 
드디어 도착하는구나.
사계절이 공존하는 곳.
이름모를 야생화와 설산, 수정같은 물.
태초의 에덴이 이랬을까.
아무리 표현해도 부족하다.
양메이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초원의 끝은 설산
 
 
 
여기까지 네 시간.
세르파는 자기가 수십명의 사람들을 가이드했으나
나처럼 고산증도 없고 잘 걷는 사람이 처음이란다.
믿어야 되나.
여하튼 이때까진 힘이들긴 했어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목구멍이 새끼손가락 만해져서
물도 참새처럼 넘기기가 힘들었다.
가지고 갔던 과자들은 전혀 먹을 수 없었다.
스니커즈 한입 물고 삼키질 못해 거의 한시간을 물고 있다 뱉았다.
내 배에 저장된 지방으로 가야지 하며 참았다.
정말 살이 빠진다면 대박인데.
 
우유해로 바로 가지 않고 오색해로 가기로 했다.
하늘로 난 길이다.
 
손으로 만져지는 빙하
 
오색해로 넘어가는 마지막 쉼터.
그리고 타르쵸.
타르쵸를 보면 반갑다.
곧 새로운 세상을 알리니까.
 
잠시동안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힘을 내자.
드디어 나타나는구나 오색해.
보는 위치에 따라 다섯가지의 색이 난다는.
신비롭기만 하다.
 
 
 
 
오색해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몸이 무겁기만 하다.
처음엔 스무걸음만 걷고 쉬어야지 속으로 나와의 약속을 했지만
한번도 그 약속을 지켜내지 못했다.
심장은 쉬지 않고 펌프질하고 입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간간히 보이던 사람들도 이젠 없다.
단 둘.
 
 
짠.
드디어 우유해 도착.
천하의 물 중 제일이 구채구라했던가.
아니다.
우유해가 최고가 아닐까 마음 속으로 순위를 새겨본다.
정말 아름답구나.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여기서 포기하고 싶었다.
관광객들은 말을 타고 대부분 여기만 보고 돌아가지 않나.
여러 유혹이 있었지만
우유해를 뒤로하고 지옥고개를 도전한다.
난 코라를 하기 위해 왔기에
 
 
야크들만 놀고 있는 지옥고개 입구
그분이 찾아오셨다.
급변.
해발 4600미터에다 나의 영역을 표시하는구나.
여긴 내 땅이다.
정말 죽을만큼 힘들다.
이제 다섯 걸음만 걸어도 폭포같은 숨이 몰아친다.
그러길 한시간.
타르쵸가 보인다.
아 하나님.
 
야크의 환영을 받으며 지옥고개를 맞이하였다.
 
 
여기서부터 밟는다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발자국을 남기게 된단다.
허나 내게 남은 에너지는 더이상 없다.
되돌아갈 수도 없고
이미 많은 시간을 써버렸기에
숨돌릴 틈도 없이 출발이다.
오늘은 순례자도 없구나.
오직 그와 나 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