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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남쪽에서 구름의 남쪽에서 -쿤밍 시산산림공원 2009년 8월 22일. 벌써 일곱 시. 잠자리에 누운 지 네 시간 밖에 안 지났지만 금쪽같은 휴가를 낸 우리는 더 이상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여행을 떠나면 언제나 새벽같이 일어나 종일 걷다가 제일 늦게까지 잠들고도 피곤해 하지 않는다. 어쩌면 여행 체질이라 할 수도 있을 만큼 매 순간이 흥분되고 새롭다. “오늘은 고산지 적응을 위해 시산(西山)을 등반하겠다.” 시차 적응도 고도 적응도 못한 일행. 하지만 대장의 한마디 일정 발표에 눈곱을 채 떼지도 못한 채 숙소를 나와 아침꺼리를 찾았다. 벌써 출근하는 자전거 떼들이 지나갔는지 음식물을 쌌던 비닐봉지들이 인도를 꽉 매웠고 아침 장사들이 거의 철수한 상태였으나 때마침 ‘얼콰이’ 장사가 남은 떡을 굽고 있어 2원(元).. 더보기
간장게장 집에서 만들기 먼저 살아있는 게를 깨끗이 씻습니다. 솔로 씻을 때 관절 사이 사이, 등 껍데기와 왕발(?) 붙어 있는 즈음에 있는 털을 쓱싹 문지르면 엄청난 이물질이. 마지막으로 배지느러미를 안쪽부터 지긋이 누르면 까만 똥이 조르르륵 나옵니다. 물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는 소독된 통에다 배가 하늘로 향해서 뒤집어 놓기. 도망 못가게 누르세요. 안그러면 게 내장이 쏟아져서 별루 맛이 없어짐. 양파는 4등분, 사과도 껍질 채 4등분, 통마늘, 대파, 생강채, 마른고추를 올려 게를 눌러주세요. 흠없고 점없는 놈으로 해야겠건만 마늘 값이 ㅠㅜ 아무리 살아있는 게라도 그 비린내는 장난이 아님. 월계수잎 몇장, 통후추로 마무리(없으면 패스!) 이제 게장 준비도 끝났으니 소주나 한잔... 아니 이건 게장 숙성용입니다. .. 더보기
설국 한라산 백록담 2011년 겨울과 함께 찾아온 라니냐로 한반도가 온통 꽁꽁 얼어붙었다. 부산에선 거의 백 년 만에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전했고, 여기저기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추위에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웬만해선 눈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든 이곳에서도 눈을 굴리며 돌아다니면 발자국마다 뽀드득 소리가 따라다녔다. 아직 아이의 모습을 벗지 못해서일까. 눈 소식에 괜스레 들떠서 지내다 한라산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보고 갑작스런 배낭을 싸게 되었다. 제주도라. 제주도가 주는 불친절함과 비싼 물가로 동남아 등지로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지만 여전히 내 마음 한켠에는 제주도라는 집을 마련해놓고 방 한 칸에는 한라산 등반이 또 다른 방에는 비자림숲이라는 이름을 달아놓고 거기를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 더보기